크라잉넛의 공연과 함께한 카운트다운 판타지에서 2025년을 맞이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어느새 그 해가 저물어 간다.
샴페인 풍덩 데킬라 원샷
생맥주 마셔 인생 즐겨
어차피 모든 게 잘 안될 거야
다음에 잘하자 데킬라 원샷
좋아하는 밴드였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노래의 가사 때문이었을까.
2025년 한 해만큼은, 이왕이면 후회 없이 잘 보내보자고 마음먹었던 것 같다.
생각한 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역시나, 세상일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돌이켜보면 올 한 해는 정말 다사다난했다.
어떤 순간에는 설명할 수 없는 상실이 갑작스럽게 찾아왔고,
어떤 순간에는 당연하다고 믿었던 관계들이 조용히 끝나 있었다.
말해야 했던 순간에는 침묵했고, 늦게 도착한 진심과 미련은 그 자리를 채우고 남아있다.
시간이 지나갔다는 사실은, 지나간 그 모든 것들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걸 온몸으로 배운다.
내가 만들어왔다고 믿었던 역할 역시 생각보다 쉽게 정리될 수 있다는 사실.
그마저도 더 빠르고 냉정한 방식으로 대체될 수 있으리란 현실이 묵직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는 없었다. 남겨진 시간 속에서 계속 만들고, 배우고 질문했다.
사람이 아닌 것과의 대화 속에서 오히려 내 자신을 더 많이 들여다보게 되기도 했다.
무엇을 놓쳤는지,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를 조용히 되짚는 시간들이었다.
기회는 따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태도 속에 존재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도망치지 말고, 미루지 말고, 선택의 책임을 피하지 않는 쪽을 택하자.
이렇게 또 깊이 기억될 하나의 해를 떠나보낸다.
아쉽고, 쓰리고, 여전히 미련이 남아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