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기타

우리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JonghwanWon 2022. 8. 28. 01:22
언제적 점프샷

올해 6월 중순 새로이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 팀원들과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1박 2일간의 나들이를 다녀왔다.
(처음 계획을 전달받았을 때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1박 2일간의 해커톤인 줄 알고 굉장한 기대를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랜만에 MT와 같은 느낌으로 바람도 쐬고, 맛있는것도 먹으며, 좋은 시간을 보내며 리프레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프론트엔드 개발자 분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 무언가를 깨닫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팀원분은 나와 마찬가지로 디자이너에서 전직한 1년차 프론트엔드 개발자이며, 현시점에서 각 분야의 일한 기간이 나와는 정확히 반대인 케이스다.
지난밤, 프로젝트 진행 간 어려운 부분이 있으시다며 다음날 카페에서 라이브 코딩으로 알려주실 수 있는지 물어보셨다.
거절할 이유가 있을까? 흔쾌히 승낙하였다.

다음날,
카페에 가며 프론트엔드 팀원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종환 님이 몇 연차셨죠?"
"3년 차예요. 이제 4년이 다 되어가고 있네요" "저도 종환 님처럼 3~4년차가 되었을때 종환님 같은 실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굉장히 주관적이며 어쩌면 객관적이기도 한 말이 아닐까. 이 말을 듣는 순간 많은 생각이 동시에 겹치며 스쳐 지나갔다. "제 실력이 어떤데요..? 저는 생각하시는 것만큼 좋은 실력을 가지지 않았어요. 저를 목표로 하기보다 더 좋은 개발자분들, 그분들을 목표하시는 게 더 좋으실 거 같은데"
매 순간 부족함을 느끼며, 성장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와 같은 실력이면 안될 것 같다 생각했다.

"종환 님처럼 잘하고 싶어요, 저도 1.5인분 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충분히 잘하고 계십니다. 콘퍼런스도 다니시며 성장 마인드셋을 잘 형성하고 계시잖아요."


카페에서 전망을 바라보며 평화롭게 수다 떨던 중 이런 말씀을 또 하신다.

"우리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들을 말해볼까요? 종환 님부터!"
"예? 커피 마시다 말고 갑자기요?"
나는 회피했다.

"그럼 저부터 할게요, 저는 일단 회사 홈페이지 리뉴얼하는 것 성공적으로 완료할 거고 우리 프로젝트 성공적으로 오픈하고 개인적인 공부..."

본인이 이루고 싶은 목표들을 상세히 말씀하시며 또 덧붙이신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하면 이를 지키기 위해서 진짜 행동할 수 있대요. 선언 효과라 하던가?"

말이나 글로 자신의 생각을 공개하면 책임을 느끼고 이를 더 잘 지키게 되며, 그 생각을 끝까지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공개 선언의 효과(Public Commitment Effect)라고 한단다.

"그럼 행동하시죠, 나 라이브 코딩 언제 해야 하나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라이브 코딩을 진행하며 설명과 함께 내가 일하는 방식으로 쭉 코드를 써 내려갔다.
목표한 지점에 중간 정도 왔을까?

문득 이건 '단순 시청'이 될 것 같다. 본인의 것으로 온전히 만들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치며
평소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코드 작성이나 이를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직접 해보시겠어요?" 하며 급히 바통을 넘겼다.

헤매는 부분에서는 부연설명을 드리고, 남은 부분들을 모두 직접 작성하셨다.
얼마나 이해하셨고, 도움이 되었는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고맙다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하시는 것에 뿌듯하다는 감정이 들기도 한다.

느리게 가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팀원분의 부족한 부분들을 알게 되었고, 어쩌면 내가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좋은 개발자란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다.


좋은 개발자란 무엇일까?

처음 개발을 시작할 때에는 단순히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개발자가 곧 좋은 개발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생각은 다르다. 많은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제품은 좋은 개발자가 있다고 만들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여러 직무의 사람들이 함께 치열한 고민과 문제 해결을 반복하며 만들어진 결실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할 수 있어야 하고, 동료와 함께 문제를 고민하며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사람.
즉, 좋은 개발자란 (직무적 능력은 어느 정도 갖추었다고 가정한다.) 결국 같이 일하고 싶은 좋은 동료가 곧 좋은 개발자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좋은 개발자가 되어야겠다.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른 이로 하여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거 돼?라는 말에 물음표를 떼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나아가서는 당연히 돼 라고 생각을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좋든 싫든, 우리의 행동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그것이 되도록 긍정적일 수 있게 하자.
(공개 선언의 효과를 기대해봐야겠다)

누군가에게 나처럼 되고 싶다는 말(단순하게 프론트엔드 구현 능력만을 말씀하신 건지 모르겠지만)을 들은 것이 단순하게 기분 좋은 말이 아닌, 엄청난 무게로 느껴진다.

개발자에게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것은 개인의 열망도 중요하지만 정체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마찬가지로 팀원분은 디자이너에서 전직한 개발자이며, 직무적으로 물어볼 수 있는 사수 없이 혼자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책임감이 필요한 일인지 겪어보았기에 잘 알고 있다.

나는 독학하며 강의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고 주변 개발자 친구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내가 받아왔던 것에 더 얹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답을 제공하지 말라.
친구와 피드백에 관련한 대화를 하며 내린 결론이다. 성장에 열망이 있는 사람에게 답을 제공하는 건 좋지 않다.
답을 알려주는 것은 더 이상 나아갈 길을 차단하는 것 일수 있다. 오히려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개인 성장의 열망과 맞물려 더욱 성장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근간에는 인간이 있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건 아무 가치가 없다.

- 맥스 카넷-알렉산더, ⌜심플 소프트웨어⌟, 이미령 옮김, 길벗, 2019

다시 한번 감명 깊었게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을 상기시켜본다.

팀원분은 성장의 열망이 있고 정체를 겪고 있으며, 나는 이를 해소해 줄 수 있는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즉, 내가 생각하는 성장의 밑거름이 만들어진다.

어떤 것에 대해 누군가에게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은, 전체를 100으로 가정할 때 120-150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팀원분을 위해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더 깊이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공동성장이 이루어 질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자료를 준비해볼까? 스터디를 만들어 진행해볼까?
머릿속에 재미난 계획들이 떠오른다.

빠르게 가기보다 한 걸음씩 정확하게 가야겠다.
마음이 급하면 놓치는 것들이 반드시 생길 것이라는 걸 이미 나는 알고 있지 않은가.


언젠가 팀원분께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넵 감사합니다! 저도 도움을 드려야 하는데 도움만 받고있군요 ㅠ_ㅠ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내가 직무적인 부분에서의 도움을 드릴뿐이지, 마찬가지로 나도 영감과 도움을 많이 받고 있음을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이다.
물론 앞으로도 같을 것이다.

우리는 분명히 함께 성장하고 있다.